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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교육생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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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교육생[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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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교육생 (3)

  • 작성일 2017-06-23 오후 1:11:00 |
  • 조회 165
그렇게 나는 출입증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요즘 고객센터 대부분 지문 인식으로 통해서 외부인을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직 정식 입사도 아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육생들은 이렇게 출입증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그건 그전에 있던 곳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점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나는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전에 일하는 곳은 내가 교육생일 때 기존 직원들이 내게 호기심을 보내며 먼저 말도 걸어주고 여기서 일하면 뭐가 좋고, 같이 오래 일해보자는 식의 호의를 가지고 말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 직원들은 먼저 인사를 건네도 받아주는 둥 마는 둥이었고, 혹시라도 나와 눈이 마주칠까 피했다. 그럴 때마다 마치 내가 투명인간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합리적인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난 왜 뽑은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경력이 화려한 것도 아니고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걸핏하면 ‘그만 두려면 빨리 말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대비를 한다.’ 라는 식의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하고 이렇게까지 여기를 다녀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오후 교육 중에 팀장님께 업무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아마 서윤이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교육을 그만두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회사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아마 서윤이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겠지. 나는 팀장님에게 일부러 그런 말을 흘려 진심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팀장님의 대답은 또 의외의 말이었다.

“아뇨. 하다보면 늘 거예요. 여기서 포기하시면 다른 어디를 가더라도 못할 거예요. 게다가 내일 다른 교육생도 새로 들어온다고 하니까 우리 잘 해 봐요.”

그 말에 나는 그래도 이 회사가 나를 원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단지 착각이나 억측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해볼 때까지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난 속으로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그럼 서윤이는 어떤 이유로 그렇게까지 힘들어했던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난 결국 또 다른 의문을 찾기 위해 내일도 교육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어느새 어영부영 3일차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다. 난 서윤이 도중에 포기했던 3일 째가 되자 평소보다 조금 더 긴장되어 회사로 향했다. 역시나 같은 팀 직원들은 오늘도 나를 투명인간 취급할 뿐이었다.

게다가 원래 오기로 했던 교육생이 오지 않았다. 그 사실도 의외의 경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때 나는 분명히 센터장님과 팀장님이 작게 대화를 나누는 말을 우연히 엿들을 수 있었다.

“센터장님께서 어제 맘에 든다고 하셨던 그 교육생이 안 왔어요.”

그리고 표정이 굳어지던 센터장님의 얼굴.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눈치 없는 나는 그때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 3일째 교육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날은 아예 교육생 출입 카드도 건네주지 않고 교육이 시작되었다. 여전히 다른 직원들과 친해질 기회는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고 난 그날도 팀장님과 동석교육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오늘은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전산교육도 같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난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전산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워낙 빠른 속도여서 머릿속에 잘 입력되지 않았다. 게다가 켜놓는 전산만 해도 여러 개였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처럼 전산을 두 개만 사용하고 있는 식이 아니어서 그야말로 멘붕상태였다. 나도 이럴 진데, 서윤이는 어땠을까? 나는 문득 서윤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또 한 번 미안해졌다.

그렇게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에 잠시 쉰 다음에 오후 수업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오후부터 갑자기 이상하게 교육의 강도가 강해져 있었다. 오늘 오전까지는 그냥 설명만 하던 팀장님께서 나를 노려보시며 말했다.

“그런데……. 미진 씨는 왜 보기만 해요? 제가 분명히 오늘 전산교육 한다고 했잖아요?”

난 좀 황당했다. 그 많은 교육자료 중에 전산에 관한 교육 자료는 하나도 없었고 그걸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쩌란 말인지? 하지만 난 받아 적으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열심히 이면지에 받아 적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아, 그러면 여기에 들어가서 여기를 클릭하고…….”

“그렇죠. 그리고 이 고객은 이런 문의를 해왔어요. 그럼 이럴 경우는 제가 어떻게 한다고 했죠?”

난 또 다시 멘붕이었다. 그렇게 빨리 한 번 읽어 내려간 교육 자료를 내가 어떻게 다 기억한단 말인가? 지금 직장에 처음 교육받을 때는 교육기간 만큼은 이렇게까지 빡빡하게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팀장님은 나를 향해 비웃듯이 말했다.

“하긴, 동석하면서 교육 자료를 안 찾아보니까 그렇죠. 동석하면서 한 번을 안 보시더라구요.”

‘오늘은 전산교육을 한다며! 그래서 전산만 봤잖아!’

성질 같아선 그렇게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내가 약자였고 교육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나는 죄송합니다만 연발하며 열심히 교육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내가 한 번에 이해를 못하면 어떻게 그것도 이해 못하냐며 쏘아붙였다. 이런 쪽 일을 해본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다 이해를 한단 말인가? 난 그제야 서윤이 왜 3일째에 이 교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지 깨달았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웠다. 사실 어제부터 업무에 대한 압박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로 속이 좋지 않아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업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샐 정도였다. 그런데 옆에서 자꾸만 압박하고 기습 질문을 던져대고 못 맞히면 눈을 흘기니 속이 울렁거리고 자꾸만 토할 것 같았다.

난 최대한 팀장님의 비위를 맞춰가며 업무에 따라 달라지는 전산을 보는 법들을 열심히 받아 적고 기습 질문에 바로 대답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너무도 힘들고 자꾸만 집에 가고 싶어졌다. 결국 나는 멀미날 것 같은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황급히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변기 위에 앉아서 속을 진정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가슴을 두드리며 속을 달래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하니 속이 조금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교육장으로 가기 위해 몸을 일으키다가 누군가 화장실로 걸어 들어오며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에 그만 멈칫했다. 바로 센터장님과 팀장님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그러니까요. 진짜 눈치가 너무 없지 않아요?”

“그냥 네가 이해를 해. 여기 경력이 너무 없잖아.”

“그런데 너무 멍청해요. 어떻게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몰라요? 휴대폰 한 번도 안 써봤나?”

분명 내 이야기였다. 그들은 내가 이 화장실에 있다는 것을 알까? 어쩌면 알면서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난 속으로 만약 후자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순간에도 그 둘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그나저나 센터장님도 걱정이겠네요. 어제 면접 본 그 어린 남자 교육생이 일 잘할 것 같다고 했잖아요. 어떻게 된 게 센터장님이 왔으면 교육생은 안 오고 제발 안 왔으면 하는 교육생만 꼭 오는지…….”

“그 사람들은 갈 데가 없고, 그러니까 여길 오는 거지. 내가 맘에 든 사람은 여기 아니어도 갈 곳이 많거든.”

“그냥 맘에 안 들면 안 뽑으면 좋은데…….”

“그럼 어쩌겠어. 두 명 필요한데 두 명 밖에 면접을 안 왔는데……. 위에서 인원수 안 채우면 그 난리를 치는데……. 일단 네가 더 열심히 괴롭혀봐.”

“그냥 우리가 짜르면 좋겠는데……. 우리가 먼저 그만두라고 말 할 수 없잖아요. 젠장! 그게 제일 짜증나요! 안 그만뒀으면 하는 척 하는 거! 그래도 사람이 없으니 잡아야지 어쩌겠어요. 아유, 좀 알아서 눈치껏 나가주면 안 되나?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었나,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 아니, 그렇게 눈치를 줬으면 알아서 나가야지! 꼭 우리가 나가라고 해야 나가나?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건가?”

“일단 네가 조금만 더 고생해줘. 알았지?”

“네. 센터장님.”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 났고 두 사람은 그렇게 볼일 다 보고 자연스럽게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그 순간 나는 멍하니 그대로 변기 위에 앉아 문만 쳐다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내게 한 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서윤이에게서 온 문자였다. 나는 서윤이의 문자를 보며 한 편으로는 내심 서윤이가 멀쩡하다는 사실에 기뻤다. 하지만 문자 내용을 읽어 내리던 내 시선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진아.

넌 세상에서 뭐가 제일 무섭니?

귀신?

싸이코패스?

아니...

내 자신이 이 세상에서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야.



흐흐흑…….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그때까지 간신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그렇게 난 한동안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화장실 벽에 기대어 한참을 흐느끼며 울었다.



<끝>

댓글 (2)

다히미아기 2017-06-23 오후 7:39:00 답글
엇 여기서 끝이었군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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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미래 2017-06-23 오후 8:09:00
    고마워요. 다히미아기님^^
꽃보다작가 2017-06-27 오후 8:22:00 답글
난 공포물이라고 해서 귀신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반전이다... ㅇㅅㅇ::::

저런 사람은 무섭다기 보다는 재수없는 개나리 십장생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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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미래 2017-06-28 오전 9:05:00
    그런가?
    난 무섭다고 생각해서 쓴 건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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